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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눈 먼 아비에게길을묻다, (강여울)님이 손경찬의가로등에올린후기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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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손*찬 | 작성일 | 2011-11-05 | 조회수 | 5802 |
아버지는 기도의 제물이었다. 아들을 살려 달라고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이 자신의 목숨을 온전히 신께 바친다. 웃으면서 울게 하는 연극 ‘눈 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는 김현승의 시,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를 생각나게 한다. 진심으로 기도하게 한다. 가장 비극적인 삶의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고, 웃으면서 눈물의 기도를 하게 하는 그런 연극을 보았던 적이 있었는가. 이 연극은 ‘희망버스’를 타는 사람들처럼 관심의 물기를 이 세상에 번지게 하는 힘이 있다. 웃음 가운데 가슴은 연민의 눈물로 우리 자신을 반성하게 한다. 연극의 배경은 경주 강동이라는 구체적인 전원 마을의 한 초라한 집으로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등장인물 또한 거부감이 없는, 너무나 거부감이 없어 무시되기 쉬운 사람들이다. 아버지 ‘이출식’은 글자는 물론이고 시계도 볼 줄 모르는 바보다. 엄마 ‘김붙들’은 어릴 때 소가 들이박아서 한쪽 팔다리를 못 쓰는 신체적 장애가 있고 지능이 낮아 분별없이 말하고 촐랑대는 사람이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 ‘이선호’는 소아암에 걸려 축구 선수가 꿈이지만 맘대로 뛸 수 없는 아이다. 이 가정에서 유일하게 온전하며 건강했던 딸은 물에 빠져 죽고 없는 까닭에 이들은 마을에서 아웃사이더로 살아간다. 생활 능력이 없는 이들을 돌보아 주는 이는 부부의 피붙이인 김붙들의 언니와 이출식의 형 내외다. 이들 마저도 자신들이 살기가 너무 힘든 상황이 오자 얼마의 돈과 통장을 주고는 선호가 수술을 해도 살기 힘들 거라 하고 도시로 떠난다. 그러나 백치에 가까운 김붙들은 아들이 수술만 하면 산다는 믿음으로 대구 병원으로 수술을 위해 나선다. 모자(母子)가 병원으로 떠나기 전 바보 아버지는 모자(母子)를 교회로 데리고 간다. 누구에게도 사람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는 이출식은 자신의 손을 잡고 교회에 나와 기도하면 하나님 아버지께서 아들의 병을 낫게 해 준다고 한 목사의 말을 믿는다. 목사가 잃어버린 강아지를 기도해서 찾았다는 것이 기도의 증거라고 생각할만큼 그는 순박하다. 그는 모자에게 기도하라고 하고, 병원에 다녀올 동안 먹을 것 사먹고 있으라고 준 돈을 헌금함에 넣는다. 모자가 기도를 하고 떠나자 이출식은 나머지 돈과 그의 유일한 재산인 손톱깎이도 헌금함에 넣는다. 그리고 자기 아버지의 사진을 가슴에서 꺼내 십자가 아래 놓고 “아버지, 선호 살려 주이소.” 이 한마디를 외친다. 이 한마디의 기도는 이출식이 혼신의 힘을 다 쏟은 절규의 외침이며 사랑이다. 이제 더 바칠 것이 없는 이출식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숨을 신께 바친다. 자신을 제물로 바치니 아들을 꼭 살려달라는 아버지의 기도 위로 죽은 딸의 고운 손짓이 보인다. 바보라서 무시당하고, 무지한 장애인이라 늘 봉변이나 당하는 순백의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눈이 붓도록 울고 웃었다. 생활 능력도 없는 이들에게 신은 너무나 무거운 짐을 주셨다는 원망이 고개를 들었다. 짐이 너무 무거운 비극적인 가정인데도 참 따뜻하고, 눈물겹게 아름답다. 동생이기에 나무라고, 그들의 무지가 저지른 낭패에 가슴을 치면서도 애틋하고, 무시할 수 없는 형제애와 가족애가 가슴 시리다. 가까이서 보면 타들어가는 아픔이고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가을 풍경 같다. 비정상적이고 부족하지만 사랑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의 무거운 짐을 그의 피붙이에게만 떠맡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나누어지자는 호소가 있다. 홀로 아버지 사진을 안고 죽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하고 기도하게 한다. 자신을 제물로 바친 아버지의 기도는 축구공을 차며 운동장을 달리는 선호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이렇게 연극 ‘눈 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겠는가?” 하고 묻는다. 벌겋게 젖은 눈이 마르면 증발해 버리는 감상이 아니라 이웃에 대한 관심으로 우리 모두 다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염원을 담았다. (2011.1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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