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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품바 공연후기입니다 | ||||
|---|---|---|---|---|---|
| 작성자 | 손*찬 | 작성일 | 2011-11-05 | 조회수 | 7792 |
| 품바 (손경찬) 무대 바닥에는 손바닥이 펼쳐져 있다. 피아노 연주와 품바가 만나는 자리다. 봉산문화회관에서 이 시대 마지막 남은 품바 명인인 이계준의 왕초품바 공연이 있었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는 다리만 길게 뻗어도 닿을 듯 했다. 인간이란 엄밀한 의미에서 전부 거지라 한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니 거지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에헤라 품바가 들어간다. 어릴 적 장터에서부터 참 많이도 보아왔던 거지 중에서도 상거지인 품바다. 왕초의 세 번째 각시가 춤을 춘다. 장터에 구경나온 우리는 주근깨가 다닥다닥 붙은 얼굴을 한 그녀의 유난히 빨간 입술에 휘어 감긴다. 입술이 실룩이면 엉덩이도 따라 움직인다. 시어머니 요강단지가 어떻다는 둥 내 놓는 소리가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찌그러진 깡통만이 그들의 정신적인 지주다. 깡통하나 믿고 시집왔다는 각시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낯선 남정네인 내 손을 잡아 무대로 끌어낸다. 나는 엉거주춤하니 품바 흉내를 내며 무대를 한 바퀴 돈다. 품바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나는 왕년에 거지였다. 열 살을 겨우 넘긴 나이에 어머니를 잃은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찌그러진 깡통하나 꿰찰 능력도 주변머리도 없었다. 다리 밑에서 잠을 자기도 했으니 거지였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때 내가 보아온 거지들은 얻은 음식을 다음끼니를 위해 쟁여놓지 않았다. 한 끼 먹을 만큼만 얻을 뿐이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누군가를 위해 조금 더 얻기도 하지만 자신을 위해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왕초 품바의 해학적인 노랫가락에 어깨가 들썩이고 끊어질 듯 이어가는 소리에 바람이 일렁이는 것을 보면 아직도 거지였던 그때의 기억은 썩어 없어지지도 않았나보다. 그가 뿜어내는 노랫가락 사이에 숨어있는 정적이 몸속으로 스며들고, 그것이 다시 세포로 스며든다. 정적은 나의 굳은 몸속을 돌아 어린 나를 데리고 나온다. 나는 어릴 적 품바가 되어 춤을 춘다. 처음 나를 만나는 이들은 한동안 고개를 젓는다. 내 손에만 들어가면 남아나는 것이 없다며 이해 할 수 없어 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밥 사주고, 누군가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서슴지 않고 주머니를 터는 일이 다반사다보니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사는 일도 많다. 어린 시절 겪었던 다리 밑에서의 생활이 내 삶의 표지판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내 것이라 움켜쥐면 결코 내 것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돌고 도는 것이 세상이다. 어린 내게 밥상을 차려주었던 동네 어르신들이 그랬듯이 내가 누군가에게 행한 일들이 다시 내게 돌아오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내게서 받은 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돌고 돌다보면 바라지 않아도 어느 순간 돌아오는 것이다. 내 손에 있다고 다 내 것이 아니니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나는 뒤를 슬쩍 훔쳐보았다. 품바에 빠져있는 그는 나를 알고 지낸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지금까지도 걱정담긴 말을 한다. 정녕 지금의 일들이 행복해서 하는 일이냐며 쓴 소리를 하는 그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나의 행동을 그가 이해는 할지 몰라도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이제는 그의 말을 웃으며 귓등으로만 듣고 만다. 두 개가 들어오면 세 개를 내 보내고 마는 나를, 다리 밑에서 웅크린 채 잠들어 본 적이 없는 그가 온전히 받아 주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욕심이다.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살아가는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다. 그가 품바공연을 보고 조금은 받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한 번 더 뒤돌아본다. “걸뱅이는 감정이 없어야 혀.” 품바가 내 뱉는 소리에 멈칫한다. 그는 나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내가 좋아서 하는 모든 일들에 어떤 감정이 섞여 있었더란 말인가. 품바, 그가 떠난 무대 바닥에는 빈 손 위에 찌그러진 빈 깡통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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